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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베끼고 싶은 詩

성묘길 / 김계선



성묘길 / 김계선
언젠가 나도 죽어 돌아올 빈 산
하늘과 바람이 서로 부딪쳐 우는
황토빛 빈 산
바람소리 들으며 자는가 누웠는가
마음에 밟히는 사람 두고
차마 올 수 없었던 이 산에
내가 온 줄도 모르는 이 사람
골짜기 타고 흐르는
까마귀떼 우짖는 소리
네가 와서 잠든 이 산에
나도 죽어 돌아올 이 산
해는 산 西山에 걸리고
억새풀 발목 휘감겨
옛 맹세 바람 되어 날아간 하늘
한 줌 서러운 흙만 남긴 채
 <해설>
- 아마 가까운 이의 죽음 앞인가 보다. 흔한 소재이면서 
삶(시인 자신)과 죽음(네)을 한 선상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가히 감동적이다. 
같은 의미를 가진 '빈 산'과 '이 산'으로 
어휘를 달리하면서 효과를 더욱 잘 살려내고 있는가 하면, 
'하늘과 바람이 서로 부딪쳐 
우는 / 황토빛 빈 산'이라는 
이런 절창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