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시를 품는다[1]
경주 기림사
세잔 完 수윤
2011. 12. 7. 13:43
기림사 / 석정
제 몸부터 정갈하게 씻어내야지
솔잎에 매단 풍경마다 또 다른 숲길이 달려올 때
개울엔 불경 소리 넘쳐흘렀다
적당히 낯색을 연등으로 붉히곤 했다
물호박에 빠진 하늘이야
처맛살 덧댄 범종의 장엄한 측은지심
그녀들만의 사리 같은
함월산 저녁놀
옷깃에 담긴 슬픔 몇 됫박마저
노송에 걸어둔 채 노을을 덕지덕지 껴입는다
사리없는 밴댕이라고
누더기라고 애석해 할 일은 결코 아니라네
불전 배춧잎이 사리가 아니듯
우리네 살아온 매순간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사리일지도 모른다고.
ㅡ 20111207 ㅡ
完 石井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