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短시
고뿔
세잔 完 수윤
2018. 12. 13. 23:06
고뿔
完 수윤
나는 지금 신나게 뜯어 먹히는 중이다
입이 쉴 새 없이 짖어서
쉴 새 없이 아프다
이빨 들어낸 입은 사나웠다
기관지가 풍선처럼 부풀었네요
엊저녁 회진 온 담당의 말에 자꾸 체한다
폐가 선천적으로 나쁜데
구름과자 만드는 일에 너무 오래 종사하셨군요, 결국
제 몸 하나 옳게 건사하지 못한 죄란다
오늘부터 독방으로 격리수용 됩니다
수형 태도에 따라 그 기간 연장할 수도 있어요
수인 번호는 00557564
폐렴에 이은 독감이 의심됩니다
벌금 140만 원과 2주 간의 수형에 처한다고 했다
인정하시지요?
탕 탕 탕
입이 또 따발총을 쏴댄다
나는 아직 한참을 더 뜯어 먹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단다.
ㅡ 20181128
完!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