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베끼고 싶은 詩
그리다 만 가을 한 장 / 우당 김지향
세잔 完 수윤
2009. 11. 25. 22:16
그리다 만 가을 한 장 / 佑堂 김지향
까슬까슬 빛이 바스러지는 가을엔
바람도 빌딩 꼭지에 꽁지를 내려놓고 쉰다
몸이 싸늘한 바람을 기다리는 나무마다 지름길로 온 따끈거리는
햇볕의 불 주사에 따끔따끔 이마가 빨갛게 익는다
고루 박힌 이빨을 죄다 내놓고 노랗게 웃고 있는
옥수수 머리칼도 붉게 볶여 곱슬거린다
도토리 키 재기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발꿈치를 쳐들고 있는 고추밭,
진다홍 손가락을 대롱거리는 탱탱한 고추송이에 탁, 탁, 날개를 치며
고추잠자리 떼 앉을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건너편 사과밭 사과나무엔 공들여 키운 아기의 발그레한 뺨을
쓰다듬는 거치른 손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
이제 곧 가을공간을 청소할 싸늘한 바람이 몸을 일으켜
그리다만 삽화 한 장 걷어내 화덕으로, 곳간으로 보낼
키를 들고 총총히 달려올 차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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