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베끼고 싶은 詩

독사가 되려 독주를 마시는 밤 / 김진희

세잔 完 수윤 2010. 5. 16. 11:08
 


















































    
     독사가 되려 독주를 마시는 밤
    
                                  -김진희-
    어둠 속 부우연 안개 울고 
    그리움처럼 번진 달무리 덩그렁 떠 있는 밤이었죠
    바람 숭숭 타는 뱃속 독주 몇 잔 부어넣었어요
    끈적끈적한 재즈 몇 곡도 집어먹었어요 
    마른 양파껍질 같이 바랜 말 몇 개
    무서워, 무서워 푸르르 치떨며 
    후줄근한 부유 식물 되어 흘러갔어요 
    내 안 숨어 있을지도 모를 전생의 독
    손도 발도 다 잘라내고 머리 곧추세우면 
    혹 이빨 새 다시 독 품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또 몇 잔의 독주를 마셨어요 
    아무리 마셔도 독사는 부화하지 않고 
    대신에 누군가 중독되었는지 
    허무해, 허무해 깔깔거리고 있었어요
    독을 품은 것들은 사라지는 방식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전갈이나 독사 독거미 독개구리 같은 것들
    제 독에 죽는 것들의 사라짐 느낄 수 있을까요 
    눈부신 독처럼 깔깔거리던 누군가 사라지고 없네요
    여기저기 투명하게 흩으러진 뱀 껍질만 보이네요 
    저것은 제 꼬리를 물어 중독된 뱀이 남긴 울음일까요 
    가만 보니 어느새 내 손발도 사라졌네요 
    이젠 어떤 말도 무섭지 않게 될까요 
    김진희
    이화여대.미 투루대졸.박사, 
    현재 학생들을 가르키고 있다.
    여성신문사가 주관한 
    여성 문학상을 수상 (심사위원 김혜순) 시를 발표했었다
    시사랑사람들 시인, 
    
    
    Amalia Rodrigues (1920-1999)
    樂 : Amalia Rodriguez 編輯: 刀畵藝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