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 完 수윤 2020. 1. 28. 11:58

번데기
 
 完 수윤
 
 
설날 아침, 손주들이 세배를 한다
어제까지 없던 나무들이
순식간에 쭉쭉 요술 방망이처럼 들어선다
그 나무들 속
할미와 나는 숲 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데
오냐, 건강해야지. 올해는 꼭 1등 하지 않아도 된다
어리둥절한 성민이를 보며
1등은 늘 쫓기잖니, 그래서 항상 피곤하단다
제 어미를 쳐다보는 입가에 묘한 주름이 잡힌다
덩치야 제 아비만 하다만
아직은 비린내 가시지 않은 번데기 1단계,
먹을 걸 구걸하고 화초들 물 챙겨야 하는
지들 아비는 2단계
그것마저 벗어버린 홀가분한 경지 3단계인 나는 
주름 속의 주름 겹치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일 없고
쪽팔림에 목숨 걸 이유야 더더욱 없지만
아웅다웅 우거지 같았던 지난 삶의 주름도 지나고 보면
찻잔 속 태풍 이었다나?
어쨌다나?
 
 
          ㅡ 20200127 ㅡ
 
                  完!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