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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겨울밤 斷想........

세잔 完 수윤 2010. 2. 6. 22:34

전문 나뭇군에게 한 짐에 얼마주고 산 허우대좋은 장작이나

목재소에서 운좋게 아다리된 남빤때기 몇 리어카

아마추어중에 상 아마추어인 아부지가  큰마음 먹고

뫼골로 들어가 어설픈 솜씨도 둥글게 묶어온 물거리 몇단과 깨뚱거지들로

우리집 겨우살이 땔감은 언제나 넉넉한 편이었지만

겨울이면 늘 여섯식구가 안방에 오글오글 모여서 잤다

 

밥하는 솥말고도 큰 대말찌솥에 물이 펄펄 끓을 정도로 군불을 때니

아랫목 독가리장판은 그무스름하게 눌어붙기 쉽상

겨우내 아랫목에 깔아놓은 버버리이불밑에 다리펴고 앉을때의 그 행복감이라니.

아무리 두꺼운 구들장도 동짓섣달 그 차가운 긴긴밤을 어이버티랴.

밤이 깊어 새벽이 가까울수록 차츰차츰 식어가니

여섯식구의 온기가 적잖이 도움이 될터,한방에 모여서 자는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일수밖에.

 

내구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부엌방만하랴

불이 잘 안들어가는 상방(우리는 가운데방을 상방이라고 불렀다)의 장농속에서 갓 꺼낸

바스락바스락 소리나는 풀먹인 광목이불홋청은 어찌그리 얼음처럼 차갑던지

두꺼운 요 밑에 들어가 뜨거워서 엉덩이 이리들썩 저리들썩할지언정

이불속까지 따스하게 데워질쯤에서 겨우 요 위로 올라온다.

 

꼭 그러더라.

온식구 머리맞대 집중하여 라디오연속극을 듣거나

이불속까지 온기가 스며들어 슬슬 잠이 올라치면

영락없이 마당에 세숫대야 굴러다니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어둡기전에 무거운 돌로 지들카놓는게 필수거늘 곧 잘 까먹는다.

세찬 바람소리가 듣기만해도 기가 질리는터

서로 안 나가려  가위바위보로 정할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빨간엑스란 내복차림의 내 몫이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커텐으로 둔감하는 군용담요

뚫어진 창호지 문구멍사이의 황소바람 막아주던 나이롱양말짝

아랫목 차지하던 담요속의 뚜껑달린 놋 밥양푼

씻어 마루에 올려놓은 사기요강이 얼어붙었을때의 낭패함

얼음처럼 차가운 요강에 볼일 볼때의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

"찹쌀 떠~억~"하며 외치는 소년의 구성진 목소리

11시반에 울리던 첫종,12시에 울리던 두불종소리

가로등 켜진 전봇대위에서 부~엉 부~엉 울어대던 부엉이의 그 위협적인 눈망울

그 어린나이에 민화토나 나이롱뻥은 그렇다치드라도

"두장무이 또는 도마이"로 불리던 놀음방식은 누가 가르쳤든지

다마따먹기로 형제간의 싸움이 걷잡을수없이 커지면

사그리 한대로 쫒겨났을때의 그 시린 칼바람....

 

따뜻한 겨울이면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도

좀 춥다싶으면 영락없이 생각나는 고향의 겨울밤 풍경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그 옛날 우리고향 추위 만할까요

100년만의 폭설이라며 아단법석을 떨지만 제 어릴때는 이 보다 더 많은 눈도 숱하게 보았는걸요

뼈속까지 시리게하던 추위

온세상을 날려버릴듯한 세찬 바람소리마저 그리운

제 어릴적 고향의 겨울밤 풍경입니다......

 

 

『 Scarbrough  Fair  』 
 


출처 : 재경영덕읍향우회
글쓴이 : 김현숙(74)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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