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안개꽃
ㅡ 세잔 尹 完洙 ㅡ
방울이라도 달아야겠어요 '흰돌아' 하고 부르면 꼬리 내리고 저만치 내빼
나 봐요 두 번 밟았거든요 그 뒤론 아예 내 가까이 오질 않네요
오늘은 안개가 꼈네요 만져보면 알아요 난 늘 안갯속에 살지만 그 속에서
피우는 꽃들은 얼마나 고운지 모를 거예요 벌레 먹은 장미와 꺾어진 대궁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바람과 햇살까지
버드나무에 물오르는 소리 듣다 문득 팔 내리는데 앞에서 안아달라고 쳐
다보고 있었을 손녀가 만져질 때,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하던지요 난 안아
주는 걸 좋아해요
지금쯤은 달이 떴을까요 때론요, 잘 안 보여서 좋다는 생각 들 때 있어요
전 남편의 이십 년 전 모습만 기억하거든요 지금 얼굴요 보고 싶지 않아요
손으로 만지다가도 얼른 외면해버리는걸요.
20140105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