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 完 수윤
2017. 8. 18. 11:20
억수
完 수윤
갑자기 마당이 콩 튀듯 부산스럽다
바람 맛이 다르다
콜 마트로 두부 사러 간 재서는 억수 같은 빗줄기에 갇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뛰어갈까
아냐, 좀 있으면 엄마 올 거야 생각는데
콩 조림 반찬을 하다말고
연신 창밖을 내다보는 엄마 마음은 빗살에 안절부절이다
오늘 비 온다 소리 없었는데
골목길엔 벌써 도랑물 소리내며 흐르는데
뜀박질 소리 아직 들리지 않는데
또 우뢰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이내 실로폰 소리 요란한 우산을 받쳐들고 현희가
마당을 가로 지른다
이윽고 슬리퍼가 빗소릴 끌고 현관으로 들어선다
후즐건한 옷에 물이 뚝뚝 듣는
엄마 오다가 넘어졌어, 그래도 안 울었어
으깨진 두부부터 건네는
오늘 훌쩍 커버린 재서를 엄마가 끌어안는다
먹구름 벗겨낸 햇살이 웅덩이에 앉아 목을 축인다.
ㅡ 20170818 ㅡ
完 !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