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 完 수윤 2017. 3. 26. 15:56

한 때


                                ㅡ 完 수윤 ㅡ

지난 해,
툇마루를 빠져나와 황급히 달아나더니
아예 멍석을 깔고 앉는구나
올 봄에 시집 간 감나무 골
앞집 순이
당신이 주신 선물 내 뱃속에 담고
친정에 몸 풀려 온 날
대봉감은 배 터지게 붉기만 했다

밤새 갈기털 세우던 들녁
불 타는 산을 겨우 빠져나온 그림자 되어
또 다른 만삭을 만끽하려는 듯
느긋하기만 한데,
아직은 뭐
가끔은 히끗한 귀밑머리 되려 나를 위로한다
괜스리 어제의 풍요로운 들판을 지나는
새들만 분주하다.

           

             ㅡ 20091102 ㅡ

                      完 !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