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詩를 품는다[2]

할매 손칼국수

세잔 完 수윤 2012. 11. 17. 18:48

    할매 손칼국수

        完 수윤

       

 

       이맘때면 늘 모가지 꺾는 닭볏 꽃에 소스라친 햇살 저만치 달아나고

     모퉁이 돌아 나오는 썰렁한 장마당 빗질하는 낙엽

     

       양푼이 세 개에 공깃밥 하나 얹고 구천 원, 다섯 살 똘이 이마에 구슬 

     꽃 핀다.  왼손으로 꽃밭 쓱 문지르곤 연신 코를 박는데, 한 올 한 올 빨아

     들이는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통나무 향 짙은 젊은 아낙네 오줌발이다 

        

       한켠의 벽만으론 발 디밀 틈 없는 다랭이들. 잠시만 앉아도 근동 가을 

     은 거지반 만날 것 같은, 가을을 이고 온 또 다른 가을이 사립문을 열어

     젖힐 때 달랑 칼국수 하나뿐, 굳이 내걸 필요조차 없는 차림표를 퍼질

     러 앉은 장미가 꺼내 놓는다 

     

       금이라고 다는 아니제. 평생 새벽별 이고 사는 저 보살들, 배곯리는

     일만은 없어야제.

    

       언문 뗐다더니 사십 년 전 원조 할머니의 퍼주는 셈법 그 하나만은 마

     른 논 물 들이켜듯 빨아들였나 보다. 이젠 볼까지 발그레해진 철이의

     입김만큼 겨울이 엄청 따스하겠다.

 

                              

                              ㅡ 20121117 ㅡ

 

                                     完 !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