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 리
完 수윤
겨울만 되면 대낮부터 쩡쩡 우는 두마 리로 가라
가서, 추울수록 꼭 껴안는 개울가 달빛 서성일 때
차 한 잔 깊게 우려볼 일이다
손전등 작은 도끼 하나, 솔가지가 제 몸 태우는 향기로 끓인
홀로 마시기엔 미안해지는 그런 밤
새벽잠 설치면 더 유난스런 바람과
지게 등때기로 일군 콩 옥수수 팔아 입 살리는
일상들
화다닥 엉덩짝 패는 산 꿩보다 메주콩 익히는 장작불이
더 정겨운 두마 리에서
맵고 식을수록 안으로 갈무리하는 면봉들과
물뼈 덧대는 골짜기
감자 깎는 소리가 몰래 먹는 사과 소리 같아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잠꽃 뜯어먹은 아이가 잠밭 헤맬 때
퍼질러 앉아 젖 물리는 두마 리
눈썹 똑같이 생기셨네요 흰소리에
한 골짝 형제니까요 신소리로 받을 줄 아는.
ㅡ 2014 0103 ㅡ
完
* 斗麻리 ; 죽장면 상옥리의 면봉산[874m]기슭에 있는
ㅡ 시작 노트 ㅡ
KBS '한국인의 밥상'에선 한계령 겨울 밥상을 펼쳐내고 있었다 햇살로 아무리 끓여도
겨울솥은 흩트리지 않고 작은 개울 가장자리부터 얼음 깔고 있었다 지붕들이 초가처럼
납작 엎드린 골짜기엔 눈썹 문신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순박하게 모여 살았다
자연이 詩를 품는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