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ㅡ 세잔 尹 完洙 ㅡ
차 한 잔 가져다 놓고 나간다
한참 뒤, 핼쑥해진 찻잔을 다시 거두며
굴속에 오래 처박혀 창백한 내게 혀를 끌끌 찬다
어이구, 이 양반아!
돈도 안 되는 거, 다 저녁답에,
고마 설렁설렁 살다 가시더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귓등에다 걸치고
창가에 장승처럼 섰다
벚꽃 벙그는지 눈이 부시다
그 놈의 봄날이 웬수지
한참을 서성였지만 또 뜬구름이다
하긴 당신을 곁에 앉히려고 들인 공에 비하면야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것지
이제사 알겠구나.
ㅡ 2012 0607 ㅡ
完 !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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