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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베끼고 싶은 詩

[스크랩] 못//권순자

 

권순자

 

조간신문 일면에

못질 당한 여자가 기사로 나왔다

가슴에 박힌 못들 빼지 못한 채

앙상한 해골로 남은 여자

육신이 썩어 녹슨 못들이 드러날 즈음에야

세상에 다시 내던져진 여자

가슴에, 오십 년의 세월 동안

주저없이 날아와 박히던

멸시와 천대의 쇠못들

 

잘못 박힌 못이 바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제 뼈를 스스로 허물어뜨려 녹이 된 뒤에야

스르르 바진 그 못자리는,

허튼 소문들의 바람으로 채워질 뿐

여전히 남은 못들은 옹골지게

여자의 생을 허공에 걸어놓았다

 

권순자 시집 『 검은  늪 』, 《종려나무 》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그 많한 삶의 가치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가치를 마음에서 찾지 않고 마음 밖에서 찾으려 하니 늘 쉬원찮은 불만의 마음이 스스로를 포기하게 하는 적으로 나타난다. 삶이 어디 하루 이틀 살아보고 결론지어지는 것인가. 평생 나무에 박힌 못은 제 머리만 밖을 빼꼼 내다볼 뿐, 몸은 나무 깊숙히 뿌리박고 나무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한다. 세상의 기둥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항상 남의 눈에 잘 드러나 있기 때문에 제 삶에 빈약할 수 밖에 없다. 권순자 시인의 시집 『검은 늪 』에서 「 못 」을 읽으며,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곱씹어보게 하고 있다.  내 생을 허공에 걸어 놓기 위해서는 흰구름처럼 비운 마음을 가슴 가득히 담아야 한다.  생의 무게를 가볍게 해야 한다. 얻으려하지 말고, 담으려하지 말고, 항상 허공을 향한 오르는 마음을 불태우는 일에 게으름이 없을 때 마음에 박힌 못이 녹아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출처 : 詩人 洪燕姬 그녀의 詩作
글쓴이 : 아나 원글보기
메모 : 감사 합니다. 멋진 시 보게 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