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앉아 / 윤 세잔
새큼해진 하늘이 움켜 쥔 햇살 한 줌과
구름 한 자락이
동그랗게 가을을 낳고 있다.
큰 가지에 체한 듯 걸린 돌 층계에 앉은 내게로
바람이 왔다
내게서 바람이 간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여정일 뿐
그 무엇도 아니다.
너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가
바람은 도리어 묻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하찮은 풀 한 포기
강물 한 모금이어도
애초 필요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소슬바람도 경기 일으키는 강변에 앉아
가만가만 중얼거려 본다.
ㅡ 2009 0928 ㅡ
完 ! 石井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