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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베끼고 싶은 詩

겨 울 / 이기호

    겨 울 / 이기호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새우잠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너였다. 눈감으면 깜깜하다. 베일에 가린 것처럼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밤길을 걷는 것처럼, 잠결인 것처럼 내 텅 빈 허무를 지키는 이, 너였다. 온종일 일을 하다가 쉴 때에도 잠시, 창문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 너였다. 늦은 저녁을 먹을 때에도 히터 바람이 머릿결을 휘감아 올 때에도 커피 한 잔이 온몸을 녹일 때에도 내 곁을 지키는 이, 오직 너였다. 말없이 떠났다 돌아왔을까. 저녁 놀도, 동료도 바쁘게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한낮이 바쁘다. 이렇게 나를 가장 주눅 들게 하는 이, 또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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