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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短시

고뿔

고뿔

 

   完 수윤 

 

 

나는 지금 신나게 뜯어 먹히는 중이다

입이 쉴 새 없이 짖어서

쉴 새 없이 아프다

 

이빨 들어낸 입은 사나웠다

기관지가 풍선처럼 부풀었네요

엊저녁 회진 온 담당의 말에 자꾸 체한다

폐가 선천적으로 나쁜데

구름과자 만드는 일에 너무 오래 종사하셨군요, 결국

제 몸 하나 옳게 건사하지 못한 죄란다

오늘부터 독방으로 격리수용 됩니다

수형 태도에 따라 그 기간 연장할 수도 있어요

수인 번호는 00557564

폐렴에 이은 독감이 의심됩니다

벌금 140만 원과 2주 간의 수형에 처한다고 했다

인정하시지요?

탕 탕 탕

 

입이 또 따발총을 쏴댄다

나는 아직 한참을 더 뜯어 먹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단다.

 

 

               ㅡ 20181128

 

                       完!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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