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길을 읽다 / 석정 윤
왼팔 휘영청 솔바람 꺾고 돌아드는
산길을 소리 내어 읽는다
말하지 않아도
내리막길은 더 촘촘하고 세밀하다
속 더북이 뱉어 놓은 걸죽한 나무뿌리에
고목이어서 더 탄탄한 아랫도리
길이 무수히 암시하고 있는
우리가 쉽게 흘러 버리고 온 단풍의 찬란한 의미를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돌부리의 몸짓마저
애써 외면했을지 모를 일
지난 비바람에 널브러진 고목 등걸을 타 넘다가
속 천불 키우다가
물 한 모금이라도 필요한 건 꼭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마지막처럼 살아야 하는 거라고
지금 아내는 혼신의 힘으로 전해오는 메시지를
읽고 있는지 모른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ㅡ 20111220 ㅡ
完 ! 石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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