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주 / 세잔
시원청 올랐다, 목욕비 오백 원.
친절하게도 오른만큼 더 박박 울궈내 보시라는 말씀
이젠 때도 저울에 달아야 하나
햇살에 채이고 바랜 뇌두는 더 문질러 씻어야지
물방울 달래가며 겨우 벗기고 헹구는데
운무 일으키며 도열하는 탕 속
도수가 약하지는 않나
손가락감지기 넌지시 디밀고 난 후 푹 잠겨드는 좌선
바람과 햇살에 채인 숱한 날
오목한 세월을 묻고서야 행마를 깨우친 물의 묵언
이만하면 충분히 울궈 냈으리라
쑥 뽑아 올리자
인삼을 도금한 인삼주가 사방으로 튄다
냉탕 들락거리며 겨우 간 맞추었다
허느적이며 사십오 분, 겨우 빠져 나오는데 반가운 전화, 친구가
집으로 오겠다네
이젠 부지런히 빈 곳간 채울 일만 남았구나
아끼던 인삼주나 꺼내야겠다.
ㅡ 20120217 ㅡ
完 !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