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完 수윤 -
저녁이 나를 끌고 나선다
길은 저만치 앞서 달려나가고
하루치 노을, 등으로 펼치는 태왕아파트 가로질러
해안로 보도블럭에 날 얹는다
방파제 할퀴며 으르렁대던 파도가
겨우내 쌓아둔 모래 둔덕 삼키고 데드라 목을 휘감는다
바다가 한턱 낸다는
한번도 밟지 못한 갯펄이야 풍성할 수밖에 없지만
그 물때가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확률에 근접 할수록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들물과
날물의 오랜 상식
나는 공격할 줄 모르고 너는 수비를 모른다
서로의 기대치가 다른 해루질로 너는 끝없이 밀고 들어오고
난 속절없이 떠밀리지
서로 한 발씩 다가서는 길을 잃어버린 너와
나의 물끄러미
무심을 가장한 정조가 더 절실해지는 상처는
가까울수록 크고 깊은데
한층 짙어진 어둠살이 나를 끌고 뒤돌아선다.
- 20150830 -
完 !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