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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詩를 품는다[2]

회한

  회한


                             ㅡ 세잔 完 수윤 ㅡ

낯색을 수시로 바꾸는 가을

꽃이라는 열매라는 한 생을 달려왔던 날들이 조금씩 달아오른다

오어지 둘레길 걸었다

발에 채이는 많은 사람에 일순 당황했지만 걷기엔

더없이 좋은 오후

세월아 네월아 걸어도 자꾸 뒤처지는 아내를 기다리다 걷고

다시 기다리고

에전보다 쇠한 기력이 발 끝에 눕는다


물 깊이도 저만치 가라앉았다

간간이 보여주는 아내의 늑골이나 호수의 늑골이나

앙상하다는 거

건강하지 않다는 거

그 사실만으로 가슴은 무진벌로 내려앉는데,

울컥이는 마음을 겨우 누르고

나는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뒤돌아섰다.



                       ㅡ 20171006 ㅡ


                                 完 !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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