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 윤완수
11살 소년은 막연히 꿈을 꾸기 시작 합니다.
보따리 행상하던 아비가 또뽑기 상품으로 내걸린
보물섬 만화를 미리 빼내 준 뒤입니다.
빗물처럼 눈물도 흔해
안 그래도 내성적인 아이는
사내다움이란 약에 쓸려도 없었습니다.
육십이 다 되어가자,
이젠 다섯 아이의 할애비가 된 소년은
경노당에서 무덤덤한 시간 적당히 축내다가
화투 치다가 술 마시다가
가끔은 영웅처럼 살았노라
시시껄렁한 자랑들이 싫다고
내리막 길 만큼은 그런게 정말 싫다고,
자꾸만 늘어지는 눈꺼풀을 치켜 올리며
좀 작지만 기와집을 다시 짓습니다.
시인이란 자연에서 시를 캐내는 광부라지요.
매일 배달되는 열린 詩 세상에서도
이제야 겨우
조금씩 詩가 보이기 시작 합니다.
ㅡ 20100507 ㅡ
글 石井 尹 完 洙 石井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