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손칼국수
完 수윤
이맘때면 늘 모가지 꺾는 닭볏 꽃에 소스라친 햇살 저만치 달아나고
모퉁이 돌아 나오는 썰렁한 장마당 빗질하는 낙엽
양푼이 세 개에 공깃밥 하나 얹고 구천 원, 다섯 살 똘이 이마에 구슬
꽃 핀다. 왼손으로 꽃밭 쓱 문지르곤 연신 코를 박는데, 한 올 한 올 빨아
들이는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통나무 향 짙은 젊은 아낙네 오줌발이다
한켠의 벽만으론 발 디밀 틈 없는 다랭이들. 잠시만 앉아도 근동 가을
은 거지반 만날 것 같은, 가을을 이고 온 또 다른 가을이 사립문을 열어
젖힐 때 달랑 칼국수 하나뿐, 굳이 내걸 필요조차 없는 차림표를 퍼질
러 앉은 장미가 꺼내 놓는다
금이라고 다는 아니제. 평생 새벽별 이고 사는 저 보살들, 배곯리는
일만은 없어야제.
언문 뗐다더니 사십 년 전 원조 할머니의 퍼주는 셈법 그 하나만은 마
른 논 물 들이켜듯 빨아들였나 보다. 이젠 볼까지 발그레해진 철이의
입김만큼 겨울이 엄청 따스하겠다.
ㅡ 20121117 ㅡ
完 ! 세잔